지구와 세계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진화론자들은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하여 지구가 35억-60억 년 정도 되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어떤 성경학자들은 성경의 족보와 여러 근거들을 들면서 6,000년 종도 되었다고 주장한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지구가 약 12,000년-25,000년 정도 되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가? 특히 성경에는 아담으로부터 예수그리스도에 이르는 족보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 성경 족보를 통하여 지구의 연대를 알아낼 수 있는가? 본 연구에서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성경 족보의 특성을 살펴봄으로 그것들간의 상호 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1. 과학자들의 주장
1) 일반적인 연대 측정 과학자들이 지구의 연대를 측정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① 제임스 허튼(J.Hutton 1726-1797)은 그의 책 「지구의 이론」(Theory of the Earth)에서 동일과정설(同一過程說)을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지구의 암석을 관찰하여 그것을 물리화학적 작용을 통해 지구의 과거를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퇴적층의 총 두께와 퇴적 속도를 계산하여 지구가 9,500만 년 이상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지구상에 태초로부터 계속 퇴적해 오기만 한 곳은 없으며, 장소와 시기에 따라 퇴적 속도가 다르므로 그의 주장은 절대적일 수 없다. ② 캘빈 경(Lord Kelvin 1824-1970)은 태초의 지구는 균일한 온도의 불덩어리였다고 가정하고, 그것의 냉각 속도를 계산하여 지구가 2,500만 년-1억 년 정도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태초의 온도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③ 리빙스톤(Daniel Livingstone)은 나트륨의 환원 및 침전을 연구하여 지구가 1억-5억 년 정도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 역시 태초의 바다가 민물이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서만 타당성을 가진다. ④ 가장 일반적인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것인데, 이것은 지구의 연대가 30억45억 년 정도 되었다고 결론짓는다.
2) 창조론자들의 주장 같은 과학자들일지라도 진화론을 추종하는 자들과 창조론을 추종하는 자들의 주장은 서로 다르다. 진화론자들은 대체로 지구의 연대가 35억-60억 년 정도 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창조론자들은 12,000년-25,000년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측정법을 사용해도 '우라늄-납'의 방법이 아닌 '헬륨'법을 사용하면 지구의 연대는 12,000년으로 줄어든다. 또한 지난 140년 동안의 지구 자장을 연구해 보면 지구의 연대가 25,000년을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2. 족보에 의한 연대 측정
1) 어셔와 라이트푸트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몇몇 신학자들은 성경에 나오는 족보들의 연대를 계산하여 지구창조 연대를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어셔(James Ussher 1581-1656) 감독은 천지창조의 연대가 주전 4,004년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창세기 5장과 11장의 족보에 간격이 없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어셔 이외에도 라이트푸트(John Lightfoot)는 더 자세히 계산하여 아담이 창조된 날짜와 시간까지 제시했는데 그것은 주전 4m004년 10월 23일 오전 9시였다. 이러한 주장은 벧후3:6의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 년 같다는 원리에 의해 천지창조 6일을 1,000년식 대조하여 세계의 연대가 6,000년 되었다는 주장의 지지를 받으면서 확산되었다.
2) 성경 족보의 특성 그렇다면 어셔와 라이트푸트의 가정은 옳은 것인가? 성경의 족보는 우리로 하여금 천지창조의 연대를 계산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는가? 성경의 족보는 구속사의 전개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매우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작성되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를 고대로부터 압축하여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고대 역사와 관련하여 제시되어 있는 족보는 2가지가 있는데, 홍수 이전의 족보인 창세기 4,5장과 홍수 이후의 족보인 창세기 10,11장이다. 우리가 성경의 족보를 살펴볼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① 목적에 따른 생략과 축소 : 성경 기자는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족보를 기록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목적을 위하여 과감하게 생략과 축소를 통하여 선택의 과정을 거쳐 족보를 기록하였다. 예를 들면, 출6:16-20에는 레위에서 모세에 이르는 족보가 단지 4대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4대가 지난 시기에 레위의 후손은 22.000명이 되었다(민3:39).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더군다나 대상7:20-27은 동시대인인 여호수아의 족보가 에브라임에서부터 18대로 기록되어 있다. 마태복음 1장은 이런 특징을 현격하게 보여준다. 1절은 아브라함에서 예수에 이르는 족보를 단지 3대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8절은 요람과 웃시야 사이의 3명의 황을 생략하고 있다(왕하8:25; 왕하12:1; 왕하14:1). 또 에스라의 족보에서 6명이 생략된 것(스7:1-5; 대상6:3-14), 대상1:1,36에서 이름만이 설명 없이 계속 나열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② 용어 및 표현의 문제 : 족보의 기록에 있어서 '아들, 딸' 등의 표현은 반드시 직계 자식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손'을 가리키는 일반용어로도 사용된다. 또 동일 인물이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아브라함, 야곱, 요셉, 여호수아, 솔로몬, 바울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동명이인(同名異人)의 경우에도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3. 족보와 연대
성경의 족보는 지구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완벽한 형태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첫째로 연대적인 족보가 아니며, 둘째로 나름대로의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편집된 족보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족보에 속해야 하는 모든 인물들을 다 포함시키지 않고 선별해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경의 족보는 지구의 연대 측정을 위한 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구의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성경은 무엇보다도 인류 역사에 나타난 하나님이 구속행위, 즉 구속사(Heilsgeschichte)를 드러내 주기 위하여 기록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이 역사적, 과학적으로 무오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성경은 역사적, 과학적으로 무오하다. 그러나 역사책이나 과학책은 아니며 현대인들이 요구하는 식의 과학적인 정밀성을 가지고 기록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뢰성을 굳게 견지하고 실제에서 그것을 증명해 나갈 수 있어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