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브론은 성서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던 현장이다.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 작전중, 갈렙은 길갈에서 여호수아에게 헤브론 땅을 기업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수 14:12). 헤브론은 이스라엘 중앙 산악 지역 중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유대 광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물이 풍부하고 좋은 땅이었다. 헤롯왕 당시에는 예루살렘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헤브론에서 물을 끌어 올 정도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헤브론은 아브라함이 그의 아내 사라가 죽었을 때 그녀를 장사 지내기 위해 헷 사람 에브론으로부터 막벨라 굴을 구입한 곳이다.
사진: 헤브론의 포도원
유대 광야 지역에는 곳곳에 굴들이 있다. 따라서, 아브라함은 사라를 장사 지내기 위해 굳이 막벨라 굴을 막대한 거금을 들여가면서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에브론과의 협상을 통해 막벨라 굴을 은 사백세겔을 달아 주고 구입한다. 왜 그랬을까?
먼저,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매장지는 단순히 죽은 자를 장사 지내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묘지는 그 매장지가 속한 땅의 소유권이 매장지의 주인에게 있음을 증거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매장지는 매매가 가능하였지만, 권장되지는 않았으며, 매장지는 대를 이어서 사용하였고 중요한 유산 목록이었다.
아브라함의 막벨라 굴 구입은 언약의 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위에서 말한대로 매장지는 그 땅의 소유권이 매장지를 구입한 사람에게 있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땅의 약속을 주셨지만 실질적으로 그는 가나안 땅 전부를 받지는 못했고 막벨라 굴만을 구입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막벨라 굴은 훗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들어가서 정복하게 될 가나안 땅의 주인이 될 것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성서의 토지법을 통해서도 막벨라 굴 구입 사건과 언약의 땅과의 관련성을 살펴 볼 수가 있다. 성서의 토지법은 두 종류로 구분이 된다. "싸데 아후자" (a field of possession)과 "싸데 미크네" ( a filed which has been purchased). 싸데 아후자는 희년이 되면 그 원주인에게로 돌려 주는 것이 법이었다. "희년 후에 년수를 따라서 너는 이웃에게 살 것이요 그도 그 열매를 얻을 년수를 따라서 네게 팔 것인즉 년수가 많으면 너는 그 값을 많게 하고 년수가 적으면 너는 그 값을 적게 할찌니 곧 그가 그 열매의 다소를 따라서 네게 팔 것이라" (레 25:15-16). 싸데 아후자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팔수는 (싸데 미크네) 있었다. 그러나 희년이 되면 그 소유권이 원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다만, 원 소유자는 년수에 따라서 그 땅을 샀던 사람에게 그 값을 치뤄야 했다. 싸데 미크네는, 원 소유자로부터 땅을 구입하여 희년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만 있는 것이다.
사진: 헤브론 시내
이제 아브라함이 에브론으로부터 땅을 구입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아브라함은 헷 족속에게 "아후자트 케베르 (a burying place)"를 요청한다 (창 23:4) "...내게 매장지를 주어 소유를 삼아 나로 내 죽은 자를 내어 장사하게 하소서" 아후자트 케베르를 요청한 것은 그 매장지의 소유권이 아브라함 때뿐 아니라 그의 후손들에게도 그 소유권이 보존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브리함은 한시적으로 막벨라 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영구적인 소유권을 위해 구입하고자 하였다.
창 23장의 아브라함과 에브론의 땅 구입 이야기를 보면, 마치 에브론이 막벨라 굴을 아브라함에게 공짜로 주는것처럼 보인다. 헷 족속은 친절하게, 아브라함이 매장지 구입을 요청하였을 때, 어느 곳이든지 아브라함이 원하는 곳에 죽은 자를 장사지내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의 소유자인 에브론에게 그 굴을 팔라고 한다. 에브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주여 그리 마시고 내 말을 들으소서 내가 그 밭을 당신께 드리고 그 속의 굴도 내가 당신께 드리되 내가 내 동족 앞에서 당신께 드리오니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 (11절). 얼핏 보면, 에브론이 공짜로 밭과 막벨라 굴을 아브라함에게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에브론이 완곡한 표현으로 아브라함에게 밭과 막벨라 굴을 팔 의사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한시적으로 밭과 막벨라 굴을 사라의 매장지로 주겠다는 것이다. 즉, 아브라함의 세대가 지나면 그 소유권이 에브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훗날 아브라함의 후손이 막벨라 굴을 열조의 매장지로 삼기 위해서는 또 다시 거래를 해야하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다시 한번 거래를 시도한다. 그러자 에브론은 땅 값으로 은 사백 세겔을 말하고 아브라함은 그 값을 치루고 밭과 막벨라 굴을 구입한다. 다시 말해 에브론으로부터 땅의 소유권을 정식으로 인수받은 것이다.
성서 저자는 아브라함이 에브론으로부터 구입한 막벨라 굴 이야기의 결론 부분에 "라 아후자트 케베르" (a possession of a burying-place)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0절) 이는 훗날, 아브라함의 시대가 지나더라도 그 소유권이 헷 족속이 아닌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법적 소유권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헷 족속과 에브론, 그리고 아브라함 시대에는 희년 제도가 없었다. 그러나, 아브라함 당시 가나안에서는 땅을 매매한 경유 그 땅을 산 사람에게 그 소유권이 영구적으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창 33장 18절 이하에서 야곱은 세겜 족속으로부터 은 일백개를 주고 땅을 구입하였다. 훗날 야곱이 애굽으로 내려가서 죽기 직전 요셉에게 자신이 세겜 족속으로부터 구입한 땅의 법적 소유권을 준다. 야곱과 그의 가족은 가나안을 떠났고, 실질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돌아간 것은 400년 뒤였지만 야곱이 샀던 땅의 법적 소유권은, 적어도 문서적으로는 야곱 가족, 그 중에서도 그 땅을 유산으로 받은 요셉에게 있었다. 이는 당시 가나안의 토지 거래는 성서의 토지 거래법이 희년 제도라는 것을 통해 영구적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과는 달리 매매를 통해 영구적인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따라서 아브라함의 막벨라 굴 구입은 그 소유권이 헷 족속에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로 영구적으로 넘어간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막벨라 굴은 사라와 아브라함, 리브가와 이삭, 레아와 야곱이 장사된 곳이다(창 49:31). 요셉은 유언으로 자신의 유골을 가나안 땅으로 가져다가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그는 막벨라 굴이 아닌 세겜 땅에 장사되었다(수 24:32). 왜 막벨라 굴이 아닌 세겜땅인가? 창 48:22를 보면 야곱이 요셉에게 아모리 족속으로부터 칼과 활로 빼앗은 땅을 유산으로 주는 장면이 나온다. 본 글의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이 구절은 역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창 33:18절 이하에 보면 야곱은 세겜 땅에 거주하면서 세겜의 아비 하몰의 아들들에게 은 일백 개를 주고 땅을 구입하고 단을 쌓은 후 그 땅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고 불렀다. (33:20). 여호수아 24:32 에서도 야곱이 세겜 땅을 구입하였다는 기사가 나온다. 한편 창 34장의 디나 사건에 보면 세겜 땅을 시므온과 레위, 그 뒤를 따라 야곱의 아들들이 공격을 하여 세겜 사람들을 죽이고 물건들을 강탈하는 사건이 나오고 야곱은 그들의 약탈을 꾸짖는다. 야곱이 직접적으로 칼과 활로 그 땅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물론 세겜 사람들은 히위 족속이고 야곱이 요셉에게 말한 사람들은 아모리 사람들이지만, 창 15:16에 의하면 아모리 사람들은 가나안 족속들을 대표하는 명칭이었으므로 야곱이 말한 아모리 사람들은 히위 족속으로 보아도 문제가 없다.
요셉이 막벨라 굴이 아닌 세겜 땅에 장사된 이유는 간단하다. 세겜 땅은 야곱이 요셉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세겜은 요셉의 아들들인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요셉이 세겜 땅에 장사된 것은 여호수아 24:32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 땅이 요셉 자손의 기업이 되기 때문에 요셉은 세겜 땅에 장사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묘지는 죽은 이를 매장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개인 혹은 지파가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땅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고, 동일한 의미에서 아브라함이 막벨라 굴을 구입한 것 역시 언약의 땅의 상속이 그의 후손들에게 반드시 성취될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던 것이다.
막벨라 굴은 사라와 아브라함, 리브가와 이삭, 레아와 야곱이 장사된 곳이다(창 49:31). 요셉은 유언으로 자신의 유골을 가나안 땅으로 가져다가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그는 막벨라 굴이 아닌 세겜 땅에 장사되었다(수 24:32). 왜 막벨라 굴이 아닌 세겜땅인가? 창 48:22를 보면 야곱이 요셉에게 아모리 족속으로부터 칼과 활로 빼앗은 땅을 유산으로 주는 장면이 나온다. 본 글의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이 구절은 역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창 33:18절 이하에 보면 야곱은 세겜 땅에 거주하면서 세겜의 아비 하몰의 아들들에게 은 일백 개를 주고 땅을 구입하고 단을 쌓은 후 그 땅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고 불렀다. (33:20). 여호수아 24:32 에서도 야곱이 세겜 땅을 구입하였다는 기사가 나온다. 한편 창 34장의 디나 사건에 보면 세겜 땅을 시므온과 레위, 그 뒤를 따라 야곱의 아들들이 공격을 하여 세겜 사람들을 죽이고 물건들을 강탈하는 사건이 나오고 야곱은 그들의 약탈을 꾸짖는다. 야곱이 직접적으로 칼과 활로 그 땅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물론 세겜 사람들은 히위 족속이고 야곱이 요셉에게 말한 사람들은 아모리 사람들이지만, 창 15:16에 의하면 아모리 사람들은 가나안 족속들을 대표하는 명칭이었으므로 야곱이 말한 아모리 사람들은 히위 족속으로 보아도 문제가 없다.
요셉이 막벨라 굴이 아닌 세겜 땅에 장사된 이유는 간단하다. 세겜 땅은 야곱이 요셉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세겜은 요셉의 아들들인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요셉이 세겜 땅에 장사된 것은 여호수아 24:32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 땅이 요셉 자손의 기업이 되기 때문에 요셉은 세겜 땅에 장사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묘지는 죽은 이를 매장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개인 혹은 지파가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땅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고, 동일한 의미에서 아브라함이 막벨라 굴을 구입한 것 역시 언약의 땅의 상속이 그의 후손들에게 반드시 성취될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던 것이다.
'성지순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빌립보 루디아 기념교회 (0) | 2014.09.12 |
---|---|
기드론 골짜기 (0) | 2014.09.02 |
그리심산(좌)과 에발산(우) (0) | 2014.09.02 |
Mamertinum감옥 (로마 바울, 베드로 감옥) (0) | 2014.09.01 |
아브라함의 고향 (0) | 201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