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부터 시작된(마16:20-21절) 예수님의 여행은 예루살렘 입성으로 끝났다(마21:1-11절). 이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환영하며 소리 질렀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9절) 마치 하나님 나라 왕의 입성 같았다. 이로써 예수님은 구약의 예언을 성취시켰다(슥9:9절).
그러나 그 행사는 너무나 초라했다. 예수님은 조그만 나귀 새끼를 탔고 그 옆에는 장군들과 군사들이 아닌 비무장한 제자들이 둘러있었다. 그리고 무기들이 아닌 나무 가지들을 들고 흔들었다. 그러나 입성 사건에는 특별한 신학적 의미가 있다. 예수님의 사역은 갈릴리의 가버나움에서부터 출발했다. 그 동안 천국 복음을 전했고 병자를 고쳤으며 그리고 귀신을 내쫓았다. 하나님 나라가 자신의 존재를 통해 이 세상에 이미 임했음을 알렸다(마12:29절). 그가 가는 곳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하며 어둠이 물러났고 생명의 빛이 비췄다.
그 동안 치러진 전쟁에서 승리한 예수님은 선민의 왕으로 선민의 수도인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그의 공생애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세상 상식으로 보아도 너무나 초라했다. 그것은 그가 평화의 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에브라임의 병거와 예루살렘의 말을 끊겠고 전쟁하는 활도 끊으리니 그가 이방 사람에게 화평을 전할 것이요, 그의 정권은 바다에서 바다까지 이르고 유브라데 강에서 땅 끝까지 이르리라»(슥9:10절)
왠지 그의 초라한 예루살렘 입성 사건은 그의 초라한 탄생 사건과 곧 있을 십자가 상의 그의 비참한 죽음과 중첩된다. 왜 그래야 했나?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영광, 명예, 존귀와 권세 그리고 칭찬은 세상 것으로 비유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철저히 세상 것을 부인한 이유였다. 지상 삶이나 공생애의 성격은 그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임을 철저히 부인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세상 권력과 부귀영화를 철저히 부정해 버렸다.
그러나 부활 후 그는 만민의 구세주와 만유의 주가 되었다. 당연히 세상 사람들 앞에 자신의 영광스런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로부터 경배를 받아야 했다. 예수님은 자신의 제자들에게만 나타난 후 그대로 승천했다. 승천 사건도 결국 초라했다. 그리고 승천한 그대로 다시 오리라고 제자들에게 약속했다(행1:11절). 오직 그 때 예수님은 자신의 영광을 만인에게 밝히 드러낼 것이다(마24:40, 살후1:10절).
성육신 후나 부활 승천 후나 예수님은 자신을 세상 사람들 앞에서 감추었다. 그러나 신자들 가운데 그의 제자임을 만인에게 알리며 영광, 명예와 존경을 받으려 한다. 이 점에서 처음 예수님의 제자들도 바리새인들과 다르지 않았다(마20:20-28절). 예수님은 제자들을 가르쳐야 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가라사대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20:25-27절)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이 그 본임을 제자들에게 말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20:28절) 그렇다면 예수님이 어떻게 로마의 개선장군처럼 높고 강한 말을 타고 당당하게 예루살렘에 입성할 수 있는가?
예수님은 분명히 말했고 우리들을 정확히 가르쳤다. 그런데 그의 제자들 중 많은 신자들이 예수님을 이용하여 세상의 번영과 형통을 취하려 한다. 베드로는 이런 신자들을 이렇게 비유했다. «참 속담에 이르기를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저희에게 응하였도다»(벧후2:2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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